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하루가 시작되면서 축구 헤드라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결국 허정무 전 전남드래곤즈 감독이 우리 국대를 맡게 되었구나.  사실 멕카시나 울리에 영입 회의론이 나오면서부터 둘 다 잡지 못할 경우는 국내파가 선택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그리고 국내 감독 중에서 허정무 전 감독이 선택될 가능성도 높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최종결정이 나자 한숨같은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축협의 국대 감독 인선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안봐도 비디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게 외국의 유명감독들에게 컨택을 했다가 퇴짜를 맡자, 자신들의 무능력을 커버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숨겨놨던 국내파 감독을 꺼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말을 한다.  "국내 감독들에게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면 의욕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족한 정보력과 태만한 자세로 감독 인선 작업을 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면 좋을 것을.

  어차피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예선을 겨냥한 단기 감독이다.  아마 예선 전 경기를 소화할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다.  월드컵에서 최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차기에 영입할 감독이 나타나는 시기가 될 때까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예선 경기를 주관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감독 대행 체제에서도 우리 국대는 지금까지 예선 통과는 어렵지 않게 해냈다.  그러면에서 허정무 감독이 부임했다고 해서 큰 득실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하나 걱정되는 것은 허정무 감독의 컬러이다.  K리그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전남드래곤즈와 허정무 감독의 별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무재배 감독".  지극히 수비지향적이고 템포가 느린 축구를 보여주면서 성적과 흥미를 모두 까먹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내 팀 경기가 없는 날 방송으로 중계되는 허정무 감독의 전남 드래곤즈가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낮잠이 들어버릴 정도니까.  지금 수비 조직력보다 새로운 공격 방식과 루트를 찾아야 하는 한국 국대/올대에 이런 스타일이 적합할까? 이런 스타일이 굳이지기라도 하면?

  그리고 허정무 감독의 인재풀도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그는 분명히 사람보는 눈 하나는 일류라고 생각된다.  히딩크의 애재자 박지성도 사실은 허정무가 2000년 시드니 호에 처음 발탁한 선수였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발굴해두고 자신의 인재풀에 포함시켜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중용하는 선수를 따로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이동국이다.  2000년에도 그랬고, 본프레레의 수석코치로 일할 때도 그랬다.  전자는 당연하다고 해도 후자가 어떻게 허정무의 선택인가?  한국 대표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아시안컵부터 대회를 맡은 본프레레는 당시 허정무 수석코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허수아비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당시 대표팀 구성을 보면서 사람들은 2000년 시드니호의 부활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허정무 감독이 부임하게 되면 다시 이동국이 중용되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난 또 불안해졌다.  축구계의 under world에서는 소위 "이동국 효과"라는 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국 효과란?  한국 축구의 영광의 순간에는 언제나 이동국이 함께 없다

1998 월드컵: with 이동국 <0:5>
2000 올림픽: with 이동국 <조예선 탈락>
2000 아시안컵: with 이동국 <3위>
2002 월드컵: ★without 이동국 <4강★>
2002 아시안게임: with 이동국 <3위>
2003 동아시아대회: ★without 이동국 <우승★>
2004 아시안컵: with 이동국 <8강>
2004 올림픽: ★without 이동국 <8강★>
2004 K리그: ★without 이동국 <포항 준우승★>
2005 동아시아대회: with 이동국 <꼴찌>
2005 K리그: with 이동국 <포항 PO패퇴>
2006 K리그: with 이동국 <포항 PO패퇴>
2006 월드컵: ★without 이동국 <1승1무1패★>
2007 아시안컵: with 이동국 <3위>
2007 K리그: ★without 이동국 <포항 우승★>

결과적으로 중용하지 않아야 할 선수를 중용했을 때, 대회 자체의 성적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 그 대신 뛸 기회를 잃어버린 선수가 경험을 쌓지 못한다면 측면에서 손해는 두배가 될 것이다.  그래서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것일 테고.

부디 내 불안감들과 부정적인 예상이 모두 빗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축구팬들은 다음 세 가지로 축구에서 얻지 못하는 즐거움을 찾아야 하니까.

1. 감독 욕하는 즐거움
2. 축구보고 화나서 친구들하고 술먹는 즐거움
3. 감독 경질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즐거움

---
올림픽팀과 관련해서 착각한 부분 수정.
Posted by 페리